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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aring Space" : 존재와 표현의 궁극적 메타포
김미진(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김윤경은 신체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옷, 건축적 공간을 소재로 철학적, 사회적, 병리학적관점과 함께 탐구하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1990년대 중반인 초기 작업에서는 고무판, 우레탄, 비닐, 가죽 등의 소재를 사용하여 제복이나 양복을 제작하는 설치작업을 하였고, 2000년대 중반부터는 퍼포먼스로 사회의 구조적 시스템에 관한 관념적 현상과 전복을 표현하였다. 그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분법적 고정관념과 편견을 각성하는 주제와 덩어리라는 조각적 정체성을 중첩시키며 유연하고 부드러운 사고와 질료로 해체하고, 실험하며 새로운 예술을 제시한다. 사람의 신체와 그를 둘러싸는 환경을 옷으로, 더 확장하여 건축적 공간까지 결합하며 ‘공간 뒤집기’와 ‘공간입기’의 개념으로 조각, 패션, 퍼포먼스, 사진, 설치, 무대작업까지 펼치고 있다. 그는 작업내용을 위해 동서양철학, 인문학, 의학, 종교 등의 학문을 꾸준히 공부하며 르네상스의 거장들을 재해석하여 현재 사회에 풍부한 스토리로 적용시킨다. 김윤경은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면이나 현대사회 안에서의 규명으로 과학이나 의학적 학문의 방식을 따르며 가시적인 물질부터 탐구를 시작하였고 결국 영적인 종교와 함께 귀결하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즉 과학과 종교(형이상학)간의 관계를 오가며 현재의 사회상과 인간들을 모색한다. 육(신체)에 대한 규명으로부터 그 내부를 구성하는 피부, 내장기관, 혈액 등을 소재로 생물학적인 신체를 가시화하고 파고들며 2016 년부터는 메르스 Mers, 지카Zika, 에볼라 Ebola라는 공공에게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들이 인체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에 주목하며 표면화하고 촉각적 체험으로까지 확장시킨다.
이번 환기미술관의 프리환기선정의 특별전에 선 보인 “Wearing Space"는 그동안에 그가 탐구하였던 주제를 모두 함축시킨 거대한 설치 작품이다. 이 전시직전 영은미술관에서 보여주었던 "Viruscape_The last judgement" 작품의 연장선상으로 디지털 이미지로 재해석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전시공간전체에 펼쳐낸다. 방대한 지식과 관찰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에 대해 성(聖)과 속(俗)을 펼쳐내는 이 작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내용과 연결하며 옷을 색채와 이미지로 펼쳐 입체적으로 재현하며 재해석한 것이다.
이 전시를 위해 사전에 미술관 지역주민들에게서 기증받아 수집된 헌옷들은 군상을 대신하는 메타포가 되어 무대처럼 공간에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작가는 옷을 자아의 실재인 피부와도 같이 사적영역이 가시화된 사회적 피부라 생각하며 < 피부-옷 > 이란 단어의 조합을 만들어 사적이며 공적 공간의 질료로 상징하며 사용한다고 말한다. “Wearing Space"는 최후의 만찬과 단테의 신곡을 풀어내며 관객들을 동선과 스토리로 무대처럼 인도한다. 외부공간에서 좁은 계단을 통해 들어가게 되는 갤러리 공간은 전체적으로 설치된 옷들이 펼쳐져 있고 돌아서 나가는 입구 벽면 위에는 최후의 만찬의 부조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이모든 것은 관람하고 움직이는 관객과 함께 완성되며 공간은 하나의 상황을 만들어 가며 작품이 된다. 미켈란젤로는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의 단계를 적나라하게 그린 단테의 시를 다 외우면서 최후의 심판을 그려 중세 때 부패와 타락을 일삼는 성직자들과 사람들에게 구원의 본질과 개혁을 일깨우고자 하였다.
김윤경은 이전에 반복이나 뒤집기 등에서 반을 갈라 좌우 대칭으로 이어 붙인 양상과도 같은 기법으로 개인의 옷들을 확장하여 집단화하며 색채로 분류해 수평 혹은 수직으로 연결 설치하고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그는 이 작업에서도 여전히 안과 밖, 영과 육, 상상과 현실, 개인과 집단 등 현상의 이분법적인 사고뿐만 아니라 예술의 시공간, 장르도 함께 해체하며 실험한다. 전시 공간 입구에서부터 수평으로 넓게 이어붙이고 천장으로 부터 흘러내리게 설치된 검고 붉은 색과 털 질감으로 된 바지와 치마들의 설치부분은 마치 액체들이 흘러내리고 악취가 느껴지는 심연의 동굴 같은 지옥이 느껴진다. 지금의 현대인들이 만들어 낸 욕망의 허물들에게서 중세의 단테나 미켈란젤로가 그려낸 색욕, 폭식, 탐욕, 분노, 이단, 폭력, 사기, 반역의 층들이 경험된다. 조금 안으로 들어가면 천장으로 부터 치마를 연결한 기둥과 초록색의 봉우리처럼 보이는 형상들이 7개단계의 연옥을 표현한다. 이곳에서는 죄를 씻어 생명과 부활을 얻을 수 있다. 안쪽 벽면에서는 황금색 옷을 중심으로 어린아이들의 밝은 색 티셔츠같은 옷들이 아치형 무지개 형태를 이루고 있어 깨끗하고 고귀한 영혼들이 구원되어 예수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천국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지금까지의 지옥으로부터 연옥을 거쳐 천국에 단테를 인도한 구원의 여신인 베이트리체의 긴 드레스 한쪽 소매부분이 천국과 닿아 있다.
관객은 동선을 따라 다시 나오면서 성당의 건축구조를 식탁삼은 “최후의 만찬” 부조와 처음에 들어온 사각의 작은문(입구)을 마주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은 밀라노에 있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수도원의 식당 벽화로 그려진 것을 재해석한 것이다. “최후의 만찬”은 김윤경의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모색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2003년의 같은 제목의 설치작업에서는 가죽을 뒤집어 연결시키거나 독립하여 흘러내리게 한 실루엣 같은 배경으로 열두제자와 예수의 얼굴을 다빈치 벽화에서 보이는 형태와 각도를 재현한 빵을 식탁위에 올려놓았다. 이 작품은 삶의 유한성과 종교적 성체로서의 무한성을 표현과 이미지의 관계로 연계시킨 것으로 실존의 측면에 서있는 인간인 작가의 정체성을 확인시킨다. 전시가 끝날 무렵에는 곰팡이가 피거나 딱딱해져 먹을 수 있는 가치를 잃어버린 빵(육체)을 통해 복잡한 현실과 유한한 육체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늘 그림자로서 의식의 내면에 존재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자신의 몸과 피를 나눠주는 절대 사랑의 예수그리스도(신의 영역)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이번 “Wearing Space"의 “최후의 만찬”은 구체적인 형태로 인물들을 실루엣으로 표현하고 양복의 팔 부분을 붙여 입체적인 부조로 표현하고 있다. 예수는 하나님의 영으로 인간의 몸을 입고 태어났기에 인간은 작가에게 신의 옷으로 의미되어진다. 인간이기에 세속적일 수 밖에 없는 작가에게는 예수의 피와 살은 이미지로서만 대변되며 실제 인간의 삶과 예수의 삶의 차이는 육체로 사는 것과 이미지로 또는 언어로 사는 것이라 하겠다. 그는 “예수의 피와 살을 나눈다는 것은 아담과 이브 이전의 영속성의 육체로 돌아감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미지의 파괴는 절대성, 초월성으로부터의 결별을 의미하며 육체성의 부활을 암시하고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 욕망과 좌절 등의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김윤경은 신체, 빵, 옷의 세속적인 부분을 반복과 색채,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그림자나 표상으로서 표현되는 신성의 예수, 살, 피보다 드러나게 하며 현실의 당위성에 더 무게를 둔다. 이런 측면에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최후의 심판”에서 “최후의 만찬”까지를 마주보게 설정해 해 놓고 성당의 지붕이면서도 “최후의 만찬”의 식탁아래 작은 문(입구)을 통해 나가게 한다. 환기미술관의 좁은 계단으로 된 통로를 따라 도달하는 전시장의 문(입구)은 일상의 현실로 부터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문안으로 들어와서는 단테,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지옥, 연옥, 천국, 부활에 관한 작가가 재해석한 작업을 경험하고 다시 출구인 문을 통해 현실로 돌아간다.
“Wearing Space" 전시는 물질이 우위에 있으며 그것에 대한 욕망이 들끓고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에게 형이상학적인 개념과 표상들을 제시하고 전복하면서 인간존재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지적인 작품이다. 그는 내면의 요청에 귀 기울이며 동떨어진 초월이 아닌 실존 안에서의 희망, 자유를 부활시키는 새로운 예술을 선보이고자 한다. 김윤경의 존재와 사회에 대한 메타포로 이루어진 작업은 흐르는 시간 안에서 관객들과 이루는 퍼포먼스(실천)와 함께 하는 장으로서 궁극적으로 완성될 것이다.